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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낑낑거리면서 짐을 싸고 방정리를 했음. 배낭 매꾼 시간보다 방치우는데 걸린 시간이 세배는 될거에요. 엄마님이 어딜 언제 벌컥 열어봐도 안전해지도록 만화책이 쌓여있는 창고에 이런저런 걸 가져다두고 담배도 배낭에 몰래 넣고 껍질도 갖다 버리고. 싹 깨끗해졌어요.

어느 정도는 비행기에서 실컷 자려고 밤을 하얗게 샌 감이 없지 않은데. 마음같아서는 그동안 유료결제한 mnet에서 mp3를 잔뜩 다운받아 m5를 주크박스화 시키는 거였는데 유로스타와 호스텔 예약을 하고 전반적인 영국 정보를 뒤지느라고(이제야!) 동틀때야 결제했더니 이게 왠걸, 기기 인식이 안된다네. 밥 먹고 엄마님을 위한 컴퓨터 핸드북을 만들고 9시가 되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별 소득없음. 뭐 포기하고 10시쯤 엄마님 차를 타고 출발할 수 밖에 없었고. 차를 오래 탔더니 속이 안 좋음. 그래도 엄마님은 꼭 배웅을 하셔야겠다고 하고, 차를 타고 가지 않으면 엄마님 돌아오실때 불편하실테니까 어쩔수 없지. 가는 길에 원래 쓰던 폰에서 번호를 몇개 빼어 로밍폰에 저장했는데, 그 다음에 114로 정지신청을 하던 도중에 배터리가 다 닳아버리고 말았음. 이야... 결국 정신이 없어서 전날부터 쏟아진 안녕문자에 답문도 변변히 못하고, 결국 작렬하는 거짓말 댄스도 못 봐서 미안.

엄마님이 주차하러 가시는 동안에 수속을 받는데 대한항공쪽에서 아웃 티켓이 있어야 런던은 입국이 가능하다고 강짜를 부리기 시작했고. 영국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는 해도 유로스타 티켓도 있고 몇년전이긴 하지만 안전하게 영국을 다녀왔던 적도 있고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내 마일리지로는 왜 또 거기서 발권이 안된대서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q를 꺼내 3000원 한시간 결제하고 간신히 간신히 돌아오는 이스탄불발 티켓까지 구매. 그 자리에서 샀다고 해봤자 이번에도 마일리지로 오고 가는 거니까 공항세와 유류세 정도 낸거 뿐이지만 오는 길이 어찌 될지 몰라서 일부러 예약만 해두고 구매는 최대한 나중에 하려고 했던건데. 거의 공짜로 비행기 타는 처지니 별말 할 거 있냐마는.

힘겹게 발권을 끝내고 외환은행으로 내려가 사이버 환전 해두었던 파운드 받아오고, 본래 쓰던 폰을 충전해 중간에 전화가 끊긴 탓에 발신만 정지 되어있는걸 수신까지 처리하고 엄마님께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 들어왔음. 이래저래 30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면세점을 볼 정신이고 뭐고 하나도 없었어. 큼직한 전자 시계 하나 샀으면 했는데 말보로 레드와 필 오렌지와 셀렘 라이트와 필 멜론을 고르고 골라 계산하고 (아, 아, 아, 시도해보고픈 담배는 또 얼마나 많은지!) 문득 천장에 걸린 거대한 시계를 올려다보니 엑, 벌써 출발 15분전. 당황해서 퍼덕퍼덕 반쯤 뛰어가면서 엄마님과 아바님께만 전화를 걸었음. 뭐 제대로 연락을 하고 가질 못하는구만. 아, 그래도 曉의 길고 열렬하고 뜨거운 문자는 봤으니 걱정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