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레벌떡 거의 뒤에서 셀 수 있을 정도로 느즈막히 탑승해서. 비수기라 그런지 뒤쪽으로는 빈자리가 꽤 있음. 내가 앉은 곳도 세자리인데 가운데가 비어있어. 일본인지 대만인지에서 온듯한 아주머니가 숫자가 잘못된 티켓을 들고 당당하게 앉아있기는 했지만. 옆자리가 비어있으니 편하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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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아이마스크를 쓰고 자다 깨니 술과 음료가 서빙중. 알콜은 뭐가 있어요? 라고 묻자 위스키와 와인이 있대서 위스키를 시켜봤어요, 비행기 와인은 맛없잖아. 병이 귀여워! 양도 적어서 금방 텅. 오렌지주스와 파인애플도 받아서 섞었다가 말았다가 홀짝홀짝 마시다가 다시 잠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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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니 첫번째 식사. 여전히 느끼한 소고기. 이 메뉴는 언제 바뀌나 몰라요. 비빔밥도 있긴 했는데 왠지 별로 당기지가 않아서 소고기를 받았는데, 연어 비슷한 것이 올라간 샐러드 말고는 거의 손을 못대었음. 밤새고 아침도 청포도 몇알이랑 달걀 하나랑 사과 두쪽으로 끝낸 탓에 배가 고팠는데도 들어가지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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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떠들고 머리는 아프고 지끈지끈 잠은 안오고 창을 가려두긴 했어도 정오의 햇살이 밝고 따뜻해서 여긴 어디로도 나갈 수 없는 좁은 실내라는걸 계속 자각하게 되고. 텁텁하다고 생각하면서 4150을 꺼내 런던 이모저모를 훑어보며(이제서야!) 괴로워하고 있을때 간식으로 나온 삼각김밥! 그냥 무난해요, 따뜻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나저나 영어로 오니기리라고 써있다니 이건 좀. 이상하게도 먹고나서 더 허기가 져서 배를 껴안고 잠들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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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선잠에 들었다가 일어나보니 두 자리 옆에 앉아있던 서양 남자애가 4줄이 모조리 빈 옆 라인으로 옮긴 덕에 세자리를 풀로 쓸 수 있게 됐음. 기뻐하며 철퍽 누워 잠으로 배고픈 걸 달래며. 아리따운 승무원 언니가 밥먹으라고 깨울때까지 잤어요. 식사때 깨워주세요 스티커의 효능을 드디어 경험했습니다! 저녁식사는 돼지고기와 해산물 중에서 선택이었는데 해산물은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어서 두번째걸 바로 선택. 크루통이 눅눅하긴 하지만 시저 샐러드와 오렌지와 수박이 있어서 기뻤어. 크림소스를 얹은 감자와 아마 갑오징어인가 하는 건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안먹으려다 집어먹어본 새우가 엄청 탱글탱글해서 맛있었어요. 배부르게 먹고, 진한 녹차도 마시며 속을 달래고.

q에 전날(그제서야!) 구매해 저장해둔 자신만만 여행서를 보다가 z712를 연결해 지금까지의 사진을 정리하고 골라내고 버리고 하는 김에 오늘의 기록. 손글씨는 팔이 아파서 그만두는데 키보드로 치는데다 시간도 많으니 별 쓸데 없는 것까지 계속하게 되는구나, 이 수다쟁이. 스크린에서는 비커밍 제인을 하고 있었어요. 제인 오스틴 원작으로 만든 영화하고 하나도 다른 점이 없어 보임. 다시 팔걸이를 올린채 좌석 세개에 늘어져 깜빡깜빡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착륙준비 중. 고도가 뚝뚝뚝뚝 떨어지는 걸 보며. 신사의 나라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하는 안내방송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