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죽 걸어내려와서 다시 피카딜리 서커스. 날개를 편 에로스 아래로 빨간 버스 지나다니고.
호스텔에서 나와서 배낭을 맨채였을때는 비도 후줄근하게 내리더니. 하루에도 몇번씩 날씨가 바뀌는 것 같아. 얇은 편이긴 해도 윗옷을 세겹이나 껴입었는데도 쌀쌀하네요. 비도 하도 오다말다 하니까 나중에는 우산 펴는 것도 귀찮아서 영국사람들처럼 그냥 맞고 다니고. 그래도 머리는 젖길래, 빨간 베레모를 가져올걸 싶었어.
오늘은 시가지 지리도 익힐 겸 한번 마음가는대로 걸어볼까 하고. 벽돌 건물들이 모두 낮게 줄지어선 큰길을 따라서.